한동안 블로그 게시글을 올리지 않았다. 야심차게 티스토리에서 운영하던 블로그를 깃헙페이지로 옮겨 원하는 테마를 고르고, 스타일을 수정하고, 열심히 이사를 했건만..!!!

나는 저번 주에 방학을 다녀왔다. 우리 회사에는 방학 제도가 있어서 여름 또는 겨울에 원하는 한 주 동안 리프레쉬를 할 수 있다. 방학 기간동안 집에서 쉬면서 멍도 때리고, 책도 읽고, 산책도하면서 휴식했다.

방학기간동안 우선적으로 다잡고싶었던 부분이 틈틈히 개발공부하기, 그리고 블로그 활성화시키기였다. 그래서 읽어본 책이 개발자의 글쓰기였다. 국문과를 졸업하신 작가님께서 글쓰기의 기본부터 변수 네이밍, 릴리스 노트, 장애 보고서, 기술 블로그까지 개발자의 글쓰기와 관련된 내용을 세세하고 재미있게 다루어주셨다.

기술 블로그 쉽게 쓰고 운영하기

우리가 쉽게 글을 쓰지 못했던 이유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논설문이나 설명문을 쓰는 연습을 많이 해왔다. 논설문이나 설명문이란 주제의식이 명확하고, 원인과 결과를 통해 독자들에게 어떤 주장을 펼치는 글이다. 그러나 우리가 작성하려는 개발기에는 명확한 주제도, 주장도 없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래서 글을 쓰기도 전에, 또는 글을 쓰는 도중에 명확한 주제도 없고 근거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도중에 포기해버리고마는것이다.

그렇다면 논설문이 아닌 개발 블로그에서 글을 작성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예를 들어 개발기를 보자. 개발기에는 딱히 주제라 할 만한 것이 없다. 억지로라도 주제를 짜내봤자 ‘힘들었던 개발 과정’이거나 ‘열심히 해봐라’식의 메시지밖에는 없다. 그런데 개발기는 논설문이 아니다. 그래서 딱히 주제 의식이 있을 리가 없다. 어떤 어려움과 노력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개발 과정 그 자체를 말하려는 것뿐이다.
튜토리얼이나 개발 가이드, 개발자 컨퍼런스 후기도 그저 방법이나 내용을 전달하려는 것뿐이다. 유시민 작가처럼 어떤 강렬한 주제 의식이 있어서 투사처럼 글쓰기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일어난 일, 했던 일, 봤던 것을 담담하게 있는 그대로 정리해서 알려주고자 할 뿐이다.

1. 주제의식을 버리고 소재의식으로 쓰자.

주제의식이 민족이나 권선징악, 자존감이나 자본주의 같은 추상적 가치를 기반으로 한다면, 소재의식이란 특정한 대상이나 상황에 대한 자기만의 관점, 생각, 또는 해결방안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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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의식은 많은 사람에게 보편적인 주제를 선택해서 더 많은 사람에게 주제의식을 퍼뜨리는 것이지만, 소재의식은 독자와 상관없이 대상이나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부터 그 대상이나 상황에서 벗어날 때까지 겪은 일을 담담하게 정리해서 얘기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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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점에서 개발 블로그의 글쓰기는 수필이나 에피소드와 비슷하다.

내가 개발 블로그를 작성하며 가장 깊게 염두에 두어야할 내용인 것 같다. 자꾸만 주제의식을 가지고 개발 글을 쓰려다보니 중간에 길을 잃고 헤매다 버려지는 글이 많았다..😓

2. 독자수준이 아니라 자기수준으로 글을 쓰자.

글쓰기 전문가들은 다들 글을 쓸 때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서 쓰라고 한다. 하지만 직장에서 하는 일을 초등학생이 이해할 수 있게 풀어서 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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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기술용어를 초등학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하라는 문제가 세계 최고 개발자를 뽑는 구글의 입사문제였다는 점은 기술 블로그를 독자 수준에 맞춰 쉽게 쓰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보여준다. 게다가 그렇게 무조건 쉽게만 쓴 글을 읽는 독자가 그 내용을 얼마나 활용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그러니 기술 블로그를 쓸 때는 독자 수준이 아니라 작성자 수준으로 쓰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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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내용만 쓰고 나머지는 독자가 공부할 수 있게 길만 터놓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1번에서 제안했던 내용과 유사한 것 같다. 독자를 이해시키려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또는 어떤 다른 목적이 있어서 쓰는 글도 아니다.

나는 최근까지 개발에서 사용되는 개념들을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풀어서 쓰는 것이 참된 개발자의 능력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해왔다. 그래서 개발블로그도 최대한 쉬운 말로 독자가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끔 작성하려 노력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독자인 경우를 돌이켜봤을 때 글의 난이도는 그 블로그 글을 활용하는 데 있어서 큰 장벽은 아니었던 것 같다. 잘 읽히는 쉬운 글이면 감사한거고, 어려운 글이면 관련 개념을 찾아가며 읽으면 그만이다.

3. 재미있게 글을 쓰자.

좋은 기술 블로그는 개발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내용을 적절한 글쓰기 기교로 녹아낸 것이다. 기술블로그는 그 글을 쓴 사람의 경험을 독자가 온몸으로 공감하고 끄덕이게 만들어야 한다.

재미있는 글을 쓰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슬아 작가님의 수필을 읽으면서 단련해야겠다🏋️